별마루가 구름 한 점 없는 여름밤 하늘 높이 떠올랐다. 형섭이가 창밖을 올려다보자, 하늘을 가로지르는 뿌연 빛의 띠가 보였다.
“별아, 저기 하늘에 우유를 흘린 것 같은 띠가 있어!”
“저게 은하수야.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미리내’라고도 불렀어. 용을 뜻하는 옛말 ‘미리’와 시내를 뜻하는 ‘내’가 합쳐진 말이야. 용이 사는 하늘의 시냇물이라는 뜻이지.”
“우와, 이름이 예쁘다. 근데 저건 구름이야?”
“아니, 별들이야. 너무 많고 너무 멀어서 하나하나 구분이 안 되고 뿌연 띠처럼 보이는 거야. 저 띠 속에는 수천억 개의 별이 들어 있어.”
“수천억 개나?”
“응. 그리고 우리 태양도 그 별들 가운데 하나야. 우리가 사는 곳을 ‘우리 은하’라고 하는데, 은하는 별과 가스, 먼지가 중력으로 모여 있는 거대한 섬 같은 거야.”
별이가 화면에 소용돌이 모양의 그림을 띄웠다. 가운데는 길쭉한 막대 모양이고, 그 둘레로 나선 팔이 휘감겨 있었다.
“이게 우리 은하의 모습이야. 막대 모양 가운데에서 팔이 소용돌이처럼 뻗어 나온 ‘막대나선은하’지. 지름이 10만 광년쯤 돼. 빛의 속도로 달려도 끝에서 끝까지 10만 년이 걸린다는 뜻이야.”
“그럼 우리 태양은 어디에 있어?”
별이가 소용돌이의 한 팔 중간에 작은 점을 찍었다. 은하 한가운데에서는 꽤 떨어진 바깥쪽이었다.
“여기쯤이야. 은하 중심에서 약 2만 6천 광년 떨어진 ‘오리온 팔’이라는 곳이지. 오리온 대성운 같은 별의 요람도 같은 팔에 있는 이웃 동네야.”
“근데 이 그림은 어떻게 그린 거야? 은하 밖에서 사진을 찍은 거야?”
“사실 이건 그림이야. 우리는 은하 안에 있어서, 바깥에서 찍은 우리 은하 사진은 없어. 숲속에 서서 숲 전체 모양을 알아내야 하는 것과 같아. 그래서 과학자들이 별 수십억 개의 위치와 거리를 하나하나 재서 지도를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모양을 그려낸 거야.”
“우와, 엄청난 일이네. 그럼 태양은 가만히 있어?”
“아니, 태양도 은하 중심을 따라 돌고 있어. 속도가 시속 80만 킬로미터쯤 되는데도 한 바퀴 도는 데 약 2억 3천만 년이 걸려. 태양이 태어난 뒤로 은하를 스무 번쯤 돌았다는 계산이야.”
형섭이는 하늘의 뿌연 띠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우유 같은 저 빛이 사실은 수천억 개의 태양이 모인 거대한 집이고, 자기도 그 집의 한 식구라는 게 신기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 미리내 양쪽에 견우와 직녀가 산다고 생각했어.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에, 까치와 까마귀가 놓아준 다리 위에서 만난다고 말이야.”
별이의 이야기에 형섭이는 하늘 한가운데 놓인 하얀 다리를 상상해 보았다.
“우리 은하 말고도 우주에는 은하가 수천억 개나 더 있다고 해. 바로 옆 이웃인 안드로메다 은하 이야기는 다음에 또 들려줄게.”
오늘 밤 해보기
달이 없는 맑은 밤, 불빛이 적은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는 데 20분쯤 걸리니 잠깐 기다려 주세요. 여름 저녁에는 남쪽 하늘에서, 가을 초저녁에는 머리 위를 가로지르는 뿌연 띠가 보여요. 휴대폰 불빛은 끄고, 천문 앱으로 방향을 확인해 보세요.
“은하수는 우리 은하 속 수천억 개의 별이 띠처럼 보이는 모습이고, 우리 태양도 그 별 중 하나로 은하 중심을 약 2억 3천만 년에 한 바퀴씩 돌고 있어요.”
이제 우리 차례예요
- 하늘의 뿌연 띠 ‘은하수’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 우리나라에서는 은하수를 예쁜 우리말로 뭐라고 불렀을까요?
- 우리 태양이 은하 중심을 한 바퀴 도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요?
(준비되면 확인해보세요: 1.수천억 개의 별 2.미리내 3.약 2억 3천만 년)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