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고 뚜렷해졌다. 마침내 별마루가 화성 궤도에 들어섰을 때, 형섭이는 창문 가득 펼쳐진 붉은 사막을 보고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별아, 진짜 화성이다. 근데 뭔가 예전에 봤을 때랑 느낌이 달라.”
“이번엔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진짜 제대로 들여다볼 거니까. 자, 저 아래를 한번 봐봐.”
별마루가 고도를 낮추자, 형섭이의 눈에 아주 거대한 균열 같은 것이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게 들어왔다. 마치 누군가 화성 표면을 손톱으로 깊게 긁어놓은 것 같았다.
“저게 뭐야? 엄청 길다.”
“저건 매리너 협곡이라고 불러. 화성에서 제일 거대한 협곡인데, 길이가 지구의 그랜드 캐니언보다 열 배 가까이 길고, 깊이도 몇 배나 더 깊어. 지구에 있었다면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고도 남을 정도야.”
형섭이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별마루가 협곡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날아가는 동안, 붉고 거친 절벽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렇게 큰 협곡이 어떻게 생긴 거야? 지구의 그랜드 캐니언은 강물이 깎아서 만들어졌다고 배웠는데.”
“화성은 조금 달라. 이 협곡은 아주 먼 옛날, 화성 땅속에서 어마어마한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표면이 갈라져 생긴 거야. 그 뒤로 오랜 시간 바람에 깎이면서 지금처럼 넓고 깊어졌어.”
“그럼 물이 아니라 땅이 갈라져서 생긴 거네.”
“맞아. 근데 재밌는 건, 협곡 벽면 곳곳에서 오래전 물이 흘렀던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는 거야. 협곡이 갈라진 다음에, 한동안 그 틈으로 물이 흐르기도 했었나 봐.”
형섭이는 협곡 바닥까지의 깊이를 가늠해보려 했지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 협곡, 사람이 걸어서 끝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려?”
“쉬지 않고 걷는다 해도 몇 달은 넘게 걸릴 거야. 그만큼 길거든. 만약 형섭이가 이 협곡 한가운데 서 있다면, 양쪽 절벽 꼭대기가 까마득해서 하늘이 아주 좁은 띠처럼 보일지도 몰라.”
“우와… 상상이 잘 안 돼.”
별마루가 협곡을 빠져나오자, 저 멀리 지평선 위로 거대하고 둥근 산 하나가 우뚝 솟아 있는 게 보였다. 형섭이의 눈이 반짝였다.
“어, 저 산! 저거 예전에 얘기했던 그 산 맞지? 태양계에서 제일 높다는!”
“맞아, 올림푸스 몬스야. 형섭이가 기억하고 있었네. 저 산도 이 근처에 있어.”
형섭이는 협곡과 거대한 화산이 함께 있는 이 붉은 행성이, 생각보다 훨씬 역동적인 역사를 품고 있다는 걸 느꼈다. 조용하고 메마른 사막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땅이 갈라지고, 물이 흐르고, 화산이 솟아오르던, 끊임없이 움직여온 세계였다.
별마루가 다시 속도를 높이며 화성 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별아, 다음은 어디야?”
“이제부터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질 거야. 행성들 사이, 수없이 많은 돌덩이들이 떠다니는 곳. 소행성대로 들어갈 준비 됐어?”
형섭이는 붉은 행성이 점점 멀어지는 걸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창밖으로, 어둠 속에 흩어진 작은 빛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됩니다 — 3화. 소행성대, 돌덩이 숲을 헤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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