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섭이는 며칠째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같은 생각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별마루를 타고 화성에도 가보고, 토성 고리도 만져볼 듯 가까이 다가가 보고, 저 멀리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들여다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태양계는 정확히 어디서 끝나는 걸까? 그리고 그 끝 너머에는 정말 무엇이 있을까?
그날 밤, 형섭이는 별마루 조종석에 앉아 있는 별이에게 그 질문을 그대로 던졌다.
“별아, 우리 지금까지 여기저기 참 많이 다녔잖아. 근데 한 번도 진짜 끝까지 가본 적은 없는 것 같아. 태양계 끝까지 쭉 가보면 안 될까?”
별이의 눈이 잠시 파랗게 깜빡였다. 마치 그 질문을 오래 기다려온 것 같은 반응이었다.
“사실 나도 언젠가 형섭이가 그 질문을 할 거라고 생각했어. 태양계 끝까지 가는 여행은 아주 길고 먼 길이야. 화성이나 목성처럼 하루 이틀 만에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 진짜로 가보고 싶어?”
형섭이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궁금한 걸 계속 궁금한 채로 남겨두고 싶지 않아. 별마루가 그렇게 멀리까지 갈 수 있어?”
“별마루는 갈 수 있어. 다만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거야. 형섭이가 진짜 준비됐다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가보자. 화성을 지나고, 소행성대를 넘고, 목성과 토성, 천왕성과 해왕성을 차례로 지나서, 마지막엔 태양의 힘이 닿는 가장 먼 끝까지.”
별마루의 엔진이 낮게 웅웅거리며 깨어났다. 창밖으로 익숙한 파란 지구가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대기권을 벗어나는 순간, 하늘색이 짙은 남색으로, 다시 새까만 어둠으로 변해가는 걸 형섭이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았다.
형섭이는 창문에 이마를 대고 점점 작아지는 지구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학교도, 집도, 엄마 아빠도 모두 저 작은 파란 점 안에 있었다. 문득 마음 한구석이 조금 저릿해졌다. 방을 나서기 전, 책상 위에 놓아두고 온 우주 스티커북이 떠올랐다. 돌아오면 이번 여행에서 본 것들을 하나하나 붙여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별아, 지구가 점점 작아져. 근데 이상하게 무섭지가 않아.”
“그건 형섭이가 혼자가 아니기 때문일 거야. 그리고 아무리 멀리 가도, 저 파란 점은 항상 우리가 돌아올 곳으로 남아있을 거야.”
형섭이는 지구가 완전히 작은 점이 되어갈 때까지 그 자리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어느새 창밖 풍경은 온통 까만 우주와 반짝이는 별들뿐이었다. 평소 보던 밤하늘과는 달랐다. 별빛이 흔들리지 않고, 아주 또렷하고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근데 별아, 태양계가 진짜 끝나는 곳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려? 하루? 일주일?”
별이는 살짝 웃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음, 정확히 말하면 훨씬 더 오래 걸려. 진짜 우주선을 타고 이 여행을 한다면, 사람의 한평생보다도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몰라. 그래서 우리는 별마루의 특별한 힘을 조금 빌리려고 해. 시간을 압축해서, 대신 그 사이사이 형섭이가 직접 보고 느껴야 할 것들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들르면서 가는 거야.”
“그럼 매번 어딘가에 도착할 때마다 나한테 알려주는 거야?”
“응. 우리는 이제부터 이 여행을 하나의 항해일지처럼 기록해나갈 거야. 화성, 소행성대,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그리고 그 너머 얼음 세계들과 마지막 경계선까지. 한 곳 한 곳 지날 때마다, 형섭이는 그곳에서 꼭 하나씩 새로운 걸 배우게 될 거고, 나는 그 곁에서 계속 설명해 줄게.”
형섭이는 별마루 조종석 팔걸이를 꽉 붙잡았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무섭다기보다는,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온 일이 드디어 시작된 것 같은 두근거림이었다.
“좋아. 가보자. 태양계 끝까지.”
별마루는 지구 궤도를 완전히 벗어나 어두운 우주 저편을 향해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형섭이의 첫 번째 목적지는 붉은 행성, 화성이었다.
멀리, 아주 멀리, 작고 붉은 점 하나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빛나고 있었다. 형섭이는 그 점을 향해 몸을 살짝 기울였다. 이 길고 긴 여행의 첫 번째 페이지가, 이제 막 펼쳐지고 있었다.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됩니다 — 2화. 화성, 붉은 사막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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